피렌체 여행은 두오모 성당과 티본스테이크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가보니 그것만으로는 이 도시의 반도 못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렌체에 도착해서 며칠을 보내다 보니 단순히 유명 관광지 몇 군데를 찍고 오는 곳이 아니라,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방 전체를 여행하는 거점 도시로 활용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피렌체 여행은 우연히 스위스에서 만난 일행과 다시 만나 저녁을 함께하고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야경을 본 경험처럼 계획에 없던 순간들이 오히려 더 기억에 남더라고요.

💒두오모 성당 관람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일명 피렌체 두오모는 '꽃의 성모마리아'라는 뜻을 가진 곳으로 피렌체 중앙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면 도착합니다. 저는 티켓을 미리 구매하지 않아서 무료입장이 가능한 본당만 들어갔는데, 그것만으로도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괜히 사람들이 두오모 성당은 꼭 가봐야 한다고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두오모 성당의 쿠폴라(Cupola)는 르네상스 시대 천재 건축가 브루넬레스키가 설계한 돔 구조물입니다. 여기서 쿠폴라란 대성당 위에 얹혀 있는 거대한 반구형 지붕을 말하는데,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건축 방식으로 완성되어 건축사에서 혁명적인 업적으로 평가받습니다. 쿠폴라에 올라가려면 463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고, 바로 옆 조토의 종탑(Campanile di Giotto)은 414개 계단입니다. 많은 분들이 둘 다 올라가려고 하는데, 실제로 다녀온 친구들 얘기로는 다음 날 일정을 거의 못 소화할 정도로 힘들다고 합니다. 쿠폴라에 올라가면 피렌체 시내 전경을 볼 수 있지만 정작 쿠폴라 자체는 볼 수 없고, 조토의 종탑에 올라가야 쿠폴라를 사진에 담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켈란젤로 언덕(Piazzale Michelangelo)에 가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저는 피렌체에서 꼭 가봐야 하는 곳 중 하나인 우피치 미술관을 갔었습니다. 미술관에서 관람을 마친 후 저녁을 뭘 먹을지 고민하면서 나왔는데 우연히 스위스에서 같이 숙소를 썼던 일행과 마주쳤습니다. 해외에서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니 너무 신기했습니다. 서로 반가워서 인사를 하고 저녁을 함께 먹은 후 함께 미켈란젤로 언덕에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이곳에서 두오모, 조토의 종탑, 산 조반니 세례당을 볼 수 있었고, 낮과 밤의 풍경 모두 아름다웠습니다. 위험하지 않은 시간대에 동행과 함께 와인 한 병 사들고 올라가면 정말 낭만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근교 소도시
피렌체를 거점으로 토스카나 지방의 작은 도시들을 방문하는 일정이 요즘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토스카나(Toscana)는 이탈리아 중부에 위치한 주로, 구릉과 포도밭, 올리브 농장이 펼쳐진 전형적인 이탈리아 시골 풍경을 간직한 곳입니다. 저도 로마로 이동하기 전에 일정을 어떻게 짜야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실제로 가보니 이탈리아 중심부에 위치한 피렌체의 지리적 이점이 정말 크다는 걸 느꼈습니다.
피사(Pisa)는 피렌체 중앙역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에 있고, 레죠날레(Regionale) 기차를 이용하면 예약 없이 바로 탈 수 있습니다. 다만 레죠날레는 지역 완행열차이기 때문에 탑승 전에 역 내 펀칭 기계로 티켓에 날짜 도장을 찍어야 합니다. 안 찍으면 무임승차로 간주되어 벌금을 물 수 있으니 꼭 펀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본 피사의 사탑은 사진보다 훨씬 더 기울어져 있어서 어떻게 저렇게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지 너무 신기했습니다.
친퀘테레(Cinque Terre)는 지중해 연안의 다섯 개 작은 마을을 묶어 부르는 이름으로, 라스페치아(La Spezia)까지 기차로 약 2시간 걸립니다. 다섯 마을 중 마나롤라(Manarola)는 형형색색의 집들이 절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고, 몬테로소(Monterosso)에는 지중해 문어 요리를 파는 맛집이 있었습니다.
시에나(Siena)는 많이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만족도가 높은 도시입니다. 캄포 광장(Piazza del Campo)은 조개껍데기 모양으로 설계된 독특한 광장으로, 해마다 팔리오(Palio) 경마 대회가 열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푸블리코 궁전(Palazzo Pubblico) 탑에 올라가면 토스카나 평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아시시(Assisi)는 피렌체와 로마 중간에 위치해 있어서, 저처럼 로마로 이동하는 날 짐을 기차역 물품 보관소에 맡기고 반나절 정도 둘러보기 좋습니다.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이 있는 곳으로 종교가 없는 사람도 고즈넉한 분위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산 지미냐노(San Gimignano)는 중세 탑들이 즐비한 작은 마을로, 토스카나 하면 떠오르는 그림 같은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으로는 조금 불편하지만, 토스카나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다면 꼭 가볼 만한 곳입니다.
🍴피렌체 맛집 탐방
피렌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티본스테이크입니다. 토스카나 지방은 가죽 산업이 발달한 곳으로, 프라다나 구찌 같은 명품 브랜드의 가죽 제품을 만들 때 가죽을 떼어내고 남은 고기를 활용한 것이 바로 티본스테이크라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지역보다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저는 첫날 도착하자마자 티본스테이크를 먹으러 갈 계획이었는데, 한민민박에서 혼자서도 500g짜리를 주문할 수 있는 곳을 추천받아서 다행히 혼자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보통 티본스테이크는 1kg 단위로 판매해서 2인 이상 가야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식당을 같이 갈 사람을 구해야 되나 고민했었습니다. 달오스떼(Dall'Oste)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티본스테이크 맛집으로, 피렌체 시내에 세 곳 정도 지점이 있습니다. 자자(Zaza)는 역사가 오래된 곳으로 티본스테이크 외에 다른 메뉴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라 코코테(La Cocotte)는 예전에 인기가 많았던 곳인데, 티본 말고 발사믹 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도 별미입니다.
중앙시장 아쿠아 알투(Acqua al 2)에서는 트러플 파스타를 맛볼 수 있습니다. 트러플(Tartufo)은 송로버섯이라고도 불리는 고급 식재료로, 독특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합니다. 화이트 트러플 파스타는 3~4만 원 정도로 한국에서 먹는 것에 비하면 저렴한 편입니다. 옐로우바(Yellow Bar)는 생면 파스타를 직접 만드는 곳으로, 면발의 식감이 건면과 확연히 다릅니다. 만지아 피자(L'Mangiaaa)는 네모난 로마식 피자를 파는 곳이고, 알 안티코 비나이오(All'Antico Vinaio)는 파니니 맛집으로 5유로에 양도 푸짐해서 항상 사람이 많습니다. 카페 질리(Caffè Gilli)의 티라미수는 피렌체에서 꼭 먹어봐야 할 디저트입니다. 티라미수(Tiramisù)는 실제로 토스카나 지방에서 시작된 디저트로, "나를 끌어올려줘"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엔 2유로였는데 지금은 4유로로 올랐지만, 그래도 한 번은 가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토스카나 와인 중에서는 끼안띠(Chianti)가 가장 대중적입니다. 이탈리아 3대 와인으로는 북서부의 바롤로(Barolo), 북동부의 아마로네(Amarone), 중부의 끼안띠가 꼽히는데, 끼안띠는 한 병에 5유로 정도로 저렴해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피렌체는 단순히 유명 관광지 몇 곳을 보고 떠나는 곳이 아니라, 토스카나 지방 전체를 경험하는 거점으로 삼아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여러 도시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피렌체는 꼭 일주일 정도 여유 있게 머물면서 주변 소도시까지 천천히 둘러보시길 추천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번에 못 가본 소도시도 가보고, 두오모 성당 티켓을 미리 예매해서 이번에 못 본 쿠폴라 내부와 조토의 종탑까지 제대로 보고 오려고 합니다. 이번 여행은 우연히 만난 일행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계획에 없던 순간들이 오히려 더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