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교차점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7일간 머물며 확인한 결과 단순한 지리적 교차점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었습니다. 유럽 한 달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로 터키를 선택한 이유는 이곳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카파도키아와 파묵칼레까지 다녀온 제 경험을 바탕으로, 터키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실제 검증된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스탄불
이스탄불은 보스포루스 해협(Bosphorus Strait)을 경계로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걸쳐 있는 세계 유일의 도시입니다. 여기서 보스포루스 해협이란 흑해와 마르마라해를 연결하는 약 30km 길이의 수로로, 고대부터 해상 무역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해온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스탄불을 단순히 관광 도시로 생각하시는데, 제 경험상 이곳은 로마·비잔틴·오스만 투르크 제국이라는 세 제국의 역사가 층층이 쌓인 살아있는 박물관에 가깝습니다. 1453년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며 지금의 이스탄불로 이어졌다는 역사적 사실은, 구시가지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는 비잔틴 양식과 이슬람 문화의 공존으로 증명됩니다.
제가 직접 이용해본 대중교통 시스템도 특별했습니다. 트램(Tram)이라 불리는 지상철은 도로 위 레일을 따라 평균 시속 20km로 천천히 운행하는데, 처음에는 사람들이 신호를 무시하고 무단횡단하는 모습에 당황했지만 이것이 이곳의 일상임을 곧 이해하게 됐습니다. 또한 페리 선착장에서 500원도 안 되는 요금으로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경험은, 마치 유람선을 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아야소피아 성당(Hagia Sophia)은 비잔틴 시대 최고의 건축물로 현재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가 공존하는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는 537년 건축 당시 사용된 돔 구조(Dome Structure) 기술의 정교함 덕분입니다. 여기서 돔 구조란 반구형 천장을 통해 내부 공간을 넓게 확보하면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건축 방식을 말합니다. 아야소피아 성당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복장 규정을 지켜야 하는데 여자의 경우에는 스카프를 빌려 머리를 가리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관광객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정해져있으니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카파도키아
카파도키아에서의 열기구 체험은 제 터키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카파도키아 열기구는 예약만 하면 쉽게 탈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기상 조건에 따라 당일 취소될 수 있어 열기구 탑승이 진행되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저도 전날 밤까지 열기구 탑승이 취소될까봐 계속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제 경험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새벽 픽업 시간에 업체 차량이 오지 않아 현지에서 알게 된 한국인 친구에게 급히 연락해 항의 전화를 부탁해야 했습니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기분이 상했지만, 막상 열기구에 올라 상공 1,965m에서 카파도키아의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모든 불만이 사라졌습니다.
카파도키아의 독특한 지형은 약 300만 년 전 아나톨리아(Anatolia) 화산 폭발로 형성됐습니다. 여기서 아나톨리아란 현재 터키의 아시아 지역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도를 가리키는 지명으로, 고대 문명의 요람이었던 곳입니다. 화산재가 대지를 덮고 그 위로 용암이 흘러내린 후, 수천 년간의 풍화작용으로 버섯 모양의 기암괴석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열기구 체험 후에는 샴페인 파티를 하고 열기구 탑승 인증서도 줍니다. 그냥 종이 한 장이지만 인증서를 받으니 진짜 열기구를 탔다는 증명서가 생긴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음식과 문화
터키 음식은 제 입맛에 완벽하게 맞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외국 음식은 한국인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터키 요리는 예외였습니다. 특히 항아리 케밥(Testi Kebab)은 신기한 조리법으로 유명한데, 도자기 항아리 안에 양고기와 채소를 넣고 밀봉한 뒤 오븐에서 구워냅니다. 여기서 항아리 케밥이란 밀폐된 용기 안에서 재료의 수분과 향이 순환하며 깊은 맛을 내는 전통 조리법을 의미합니다. 제가 처음 항아리 케밥을 먹었을 때 너무 맛있어서 다음 날 또 찾아갔던 기억이 납니다. 윤기가 흐르는 양갈비는 한입 먹었을 때 한국에서 먹었던 양갈비와는 느낌이 다른 환상적인 맛이었습니다. 터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가 양고기인 이유를 그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터키 사람들의 차 문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터키식 홍차인 차이(Çay)는 국민 음료로, 터키인들은 연간 평균 1,300잔 이상의 차를 마신다고 합니다. 길거리 어디서나 튤립 모양 유리잔에 담긴 진한 홍차를 마시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차이와 함께 즐기는 시미트(Simit)는 도넛 형태의 빵으로, 겉면에 참깨가 뿌려져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갈라타 다리(Galata Bridge) 아래에서 파는 고등어 케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노릇노릇 구워진 고등어를 바게트 빵에 넣고 양상추와 양파를 곁들인 이 간단한 음식이, 다른 지역에서 온 터키인들도 이스탄불에 올 때마다 꼭 찾는 명물이 된 이유를 맛보는 순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묵은 호텔에는 한국어를 잘하는 터키 직원이 있어 의사소통이 원활했습니다. 투어 예약부터 관광지 추천까지 모든 것을 도와줘서 여행이 한결 편했습니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도 한국인이라고 하면 유난히 친절하게 대해줬는데, 6·25전쟁 참전국이라는 역사적 인연 때문인지 '형제의 나라'라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터키는 제가 꼭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입니다.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독특한 문화, 입맛에 잘 맞는 음식,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가 기억에 남습니다. 카파도키아에서의 열기구 체험은 비록 픽업 차질이라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새벽 하늘에서 바라본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더 오래 머물며 터키의 매력을 천천히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