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는 2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해외 여행지라고 많은 분들이 추천하지만, 제가 직접 가보니 거리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동선을 짜느냐'였습니다. MRT(Metro Rapid Transit) 노선만 제대로 파악해도 하루에 5~6곳을 무리 없이 돌 수 있는데, 여기서 MRT란 타이베이의 지하철 시스템으로 6개 주요 노선이 도심 전역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대중교통수단입니다. 저는 이번 여행에서 이지카드(EasyCard) 하나로 MRT, 버스, 편의점 결제까지 해결했고, 부장님이 미리 챙겨주신 덕분에 현지에서 카드 구매하는 시간도 아낄 수 있었습니다.

🗼타이베이 101타워
일반적으로 타이베이 101 타워는 전망대에 올라가야 제맛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지하 1층 푸드코트와 주변 스카이워크만 둘러봐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타워는 한때 세계 최고층 빌딩이었던 만큼 8층씩 쌓아 올린 대나무 마디 형태의 외관이 독특한데, 여기서 '8'이라는 숫자는 중화권에서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숫자로 건축 설계에 풍수 개념이 반영된 것입니다.
신이 쇼핑거리는 타이베이의 맨해튼이라 불리는 만큼 백화점과 쇼핑몰이 스카이워크로 연결되어 있어 비 오는 날에도 이동이 편리합니다. 저는 쑹산문화창의공원에서 1930년대 담배 공장을 개조한 공간을 둘러보면서 레트로한 건축미와 현대적인 팝업 스토어가 공존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바로크 가든의 조경은 사진 찍기 좋은 포토 스팟이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같이 간 친구가 그만 좀 찍으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타이베이 돔은 2023년 완공된 신상 랜드마크로, 약 4만 석 규모의 돔구장이 지하 쇼핑몰과 바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레스토랑과 카페를 이용할 수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았고, 제가 방문했을 때는 마침 한류 스타의 콘서트 준비가 한창이더군요.
🏮지우펀
지우펀은 타이베이 시내에서 버스로 약 1시간 40분 거리에 있어 반나절은 여유 있게 잡아야 하는 곳입니다. 일반적으로 965번 버스를 베이먼역에서 타는 게 편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효율적인 이동을 위해 투어를 예약하여 다녀왔습니다. 투어의 장점은 편하게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점과 가이드님이 몰랐던 사실을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지우펀은 산허리를 따라 이어지는 골목길에 붉은 등불이 켜지면 정말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듭니다. 이곳은 1890년대 금광 채굴로 번성했던 역사를 가진 마을로, 현재는 관광지로 재탄생했지만 당시 광부들이 살던 좁은 골목과 계단식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찻집을 배경으로 한 계단 포토 스팟은 사진 한 장 건지려는 관광객들로 항상 붐비는데, 저는 20분 정도 기다려서 겨우 인증샷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 인파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람들에 치여서 앞으로 가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붉은 등불 아래 전통 찻집에서 우롱차를 마시며 골목을 내려다보는 순간만큼은 북적임도 낭만이 되더군요. 대만 전통 간식인 토란 경단과 생선 완자도 맛볼 수 있었는데, 특히 아이스 토란 경단은 쫄깃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야시장 투어
타이베이에서 야시장은 단순한 먹거리 장터가 아니라 현지인의 삶이 녹아든 문화 공간입니다. 저는 이번 여행에서 스린 야시장, 랴오허제 야시장, 닝샤 야시장 세 곳을 가봤는데, 각각 특색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스린 야시장은 1909년부터 시작된 타이베이 최대 규모의 전통 시장으로, 지상 노점과 지하 푸드코트가 결합된 구조입니다. 지하는 현대식으로 정비되어 있어 쾌적하게 식사할 수 있고, 대왕오징어 구이와 굴전 같은 대표 메뉴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제가 먹어본 닭날개 볶음밥은 간이 딱 적당했고, 버블티는 원조답게 타피오카 식감이 훨씬 쫄깃했습니다.
랴오허제 야시장은 최근 가장 핫하다는 평을 듣고 갔는데, 입구에서부터 후추빵(후자오빙) 굽는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4년 연속 미슐랭 빕구르망(Bib Gourmand)에 선정된 노점인데, 여기서 빕구르망이란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을 인정하는 미슐랭의 가성비 등급입니다. 줄이 길어서 15분 정도 기다렸지만, 갓 구워낸 빵의 바삭함과 후추 향은 기다림을 보상하고도 남았습니다.
닝샤 야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현지인 비율이 높아 진짜 타이베이 사람들의 야식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제 입맛에는 여기가 가장 잘 맞았는데, 기름 냄새와 취두부 향이 뒤섞인 골목 특유의 활기가 좋았습니다. 쑹산츠유궁이라는 18세기 청나라 시대 사찰도 바로 옆에 있어 화려한 조명 아래 사찰의 야경도 함께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야시장마다 추천 메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스린 야시장: 대왕오징어, 굴전, 닭날개 볶음밥
- 랴오허제 야시장: 후추빵, 샤오롱바오, 생선 완자
- 닝샤 야시장: 취두부, 돼지고기 볶음국수, 망고빙수
♨️용산사와 베이터우 온천
타이베이 구시가지의 중심인 용산사는 18세기 중반에 세워진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불교·도교·민간 신앙이 공존하는 독특한 신앙 공간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대부분이 파괴되었지만, 본당 왼쪽의 관세음보살상만 손상 없이 남아 가장 영험한 불상으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마침 신을 모신 가마 행렬이 지나가는 전통 의식을 볼 수 있었는데, 북소리와 함께 거리를 도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용산사에서 두 블록 거리에 있는 보피랴오 역사 거리는 1930년대 목재 무역 중심지였던 곳으로, 붉은 벽돌과 아치형 기둥이 이어지는 100m 남짓한 짧은 거리입니다. 짧지만 전통과 이국적 분위기가 공존해 올드 타이베이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베이터우 온천 지역은 MRT 레드라인 종점 근처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역에서 내리자마자 유황 냄새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신베이터우역 앞의 베이터우 공원을 걷다 보면 1913년 일본 통치 시절 공공온천탕으로 지어진 베이터우 온천박물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영국 빅토리아 양식의 외관과 당시 목욕탕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어 무료로 개방되는데도 관람 가치가 높습니다.
지열곡은 90도가 넘는 온천수가 솟아오르는 곳으로 '지옥계곡'이라 불리는데, 자욱한 연무 속 풍경이 일본 온천 마을의 지고쿠와 비슷했습니다. 저는 근처 호텔의 프라이빗 온천을 2시간 이용했는데, 산바람과 따뜻한 온천수 덕분에 여행 피로를 말끔히 씻을 수 있었습니다.
타이베이는 비행시간이 짧고 항공편도 많아 접근성이 좋지만, 진짜 매력은 도심 곳곳에 숨어 있는 역사와 현지인의 일상입니다. 다음에는 타이중이나 타이난 같은 남부 도시를 가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지카드 하나면 교통과 편의점 결제가 모두 해결되니, 부장님의 조언대로 출발 전 미리 준비해 가시길 추천합니다. 타이베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야시장 투어와 지우펀 일정은 꼭 넣어보세요. 제 입맛에는 음식이 정말 잘 맞았고, 다음엔 더 여유롭게 일정을 잡아 마오콩 찻마을이나 단수이 석양까지 천천히 즐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