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호주 하면 그냥 캥거루, 코알라랑 오페라하우스만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어학연수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번 기회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11월이라 한국은 추울 때였는데, 호주는 남반구라 따뜻하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결혼해서 현지에 사는 친구까지 있어서 투어 신청 없이 자유여행으로 계획을 짰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본 시드니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현지인의 삶과 자연이 어우러진 도시였습니다.
⛱️본다이비치
시드니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은 본다이비치(Bondi Beach)였습니다. 사실 저는 물을 무서워해서 갈까 말까 고민했는데, 친구가 "파도가 생각보다 세지 않고 샤워실도 잘 되어 있다"고 해서 용기를 냈습니다. 여기서 본다이비치란 시드니 동부 해안에 위치한 약 1km 길이의 해변으로, 서핑과 해수욕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현지인들은 아침 일찍 나와서 수영하거나 조깅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가보니 파도가 적당히 치면서도 위험하지 않은 수준이었고, 비치 타월만 챙겨가면 샤워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서 정말 편리했습니다. 저는 한 시간 가까이 파도와 함께 놀았는데, 한국 해수욕장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물이 무서워서 암튜브를 끼고 수영을 하고 있는데 옆에 계시던 호주 아저씨가 어린이들도 튜브 없이 물놀이를 한다고 튜브 빼라고 했지만 겁이 많은 저는 끝까지 암튜브를 뺄 수 없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수영을 배워 암튜브 없이 물놀이를 즐겨보고 싶었습니다. 본다이비치는 모래사장도 깨끗하고 주변에 카페와 식당이 많이 있어서 해수욕 후 여유롭게 쉬기에도 좋았습니다. 해수욕 후 친구들과 마시는 맥주 한잔이 너무 시원하고 좋았습니다. 본다이비치 근처에는 코스탈 워크(Coastal Walk)라는 산책로가 있는데, 이건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약 6km의 트레킹 코스입니다. 쿠지 비치에서 시작해 본다이 비치까지 걸으면서 시드니의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릿지
시드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오페라하우스입니다. 저는 오페라하우스를 낮과 밤 두 번 방문했는데, 각각 느낌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낮에는 하얀 건축물이 푸른 하늘과 대비되어 웅장하게 느껴졌고, 밤에는 조명이 켜지면서 낭만적인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오페라하우스는 1973년 완공된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덴마크 건축가 요른 웃손(Jørn Utzon)이 설계했습니다. 건물 외관은 오렌지 껍질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표면이 매끈하지 않고 타일 조각이 붙어 있는 독특한 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페라하우스 바로 옆에는 하버 브릿지(Harbour Bridge)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오페라하우스보다 하버 브릿지 야경이 더 멋있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로열 보타닉 가든(Royal Botanic Garden) 쪽에서 보면 오페라하우스와 하버 브릿지를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어서 사진 찍기에 최고였습니다. 해외에서 보는 야경은 한국에서 보는 야경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더 탁 트이고 자유로운 기분이랄까요. 친구들과 함께 맥주 한 잔 하면서 야경을 감상했는데, 그 순간만큼은 일상의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시드니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면서 느낀 점은 대중교통이 정말 잘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오팔 카드(Opal Card) 하나면 버스, 페리, 기차를 모두 이용할 수 있어서 렌터카 없이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오팔 카드란 시드니 대중교통 통합 카드로, 한국의 티머니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일주일 이용권을 끊으면 일정 금액 이상 요금이 청구되지 않아 경제적입니다.

🍴시드니 현지 맛집
투어를 따로 신청하지 않은 덕분에 현지 친구들이 알려주는 맛집을 여러 곳 다녀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차이나타운에 있는 마이팅이라는 식당이었습니다. 여기는 말레이시아 음식 전문점인데,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곳이라고 합니다. 저는 로티 차나이와 미 고렝을 시켰는데, 한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독특한 향신료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두 사람이 배불리 먹어도 40호주달러 정도 나왔습니다.
또 하나 추천하고 싶은 곳은 노스 시드니에 있는 AP 베이커리(AP Bakery)입니다. 여기는 사워도우 빵으로 유명한데, 제가 사워도우 마니아라서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사워도우란 천연 발효종으로 만든 빵으로, 일반 빵보다 소화가 잘 되고 쫄깃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AP 베이커리의 사워도우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 훨씬 맛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가면 갓 구운 빵을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일찍 일어나서 세수만 하고 친구들과 함께 빵집을 갔었습니다.
친구가 데려간 또 다른 맛집은 서큘러 키(Circular Quay) 근처에 있는 식스(Six)라는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여기는 오페라하우스를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는 곳인데, 특히 호주산 굴과 스테이크가 일품이었습니다. 호주는 와인 생산지로도 유명해서 현지 와인을 함께 주문했는데, 가성비가 정말 좋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비싼 호주 와인을 현지에서는 절반 가격에 마실 수 있어서 매일 저녁 한 잔씩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가는 확실히 한국보다 비싸다고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이 5~6 호주달러 정도 하는데,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4,500~5,500원 정도입니다. 하지만 커피 맛은 확실히 수준이 높았습니다. 호주는 카페 문화가 발달해서 바리스타들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제가 마셔본 플랫 화이트(Flat White)는 우유 거품이 부드럽고 에스프레소의 풍미가 살아있어서 정말 맛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친구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밤새 수다 떨고, 현지인만 아는 숨은 명소를 다니면서 시드니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날씨도 비 예보가 많았는데 실제로는 밤에만 조금 와서 일정에 지장이 없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크리스마스 때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겨울이 아닌 크리스마스를 호주에서 보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일 것 같습니다. 시드니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도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