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소 일본 여행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가까운 나라니까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우선순위에서 밀어뒀습니다. 그런데 삿포로는 여름에도 덥지 않고 시원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결정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삿포로 하면 겨울 눈 축제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 여름 삿포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비에이의 라벤더 풍경과 홋카이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삿포로 클래식 맥주, 그리고 신선한 우니를 먹기 위해 삿포로를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비에이투어
일반적으로 자유여행이 더 자유롭고 편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 비에이는 투어로 가는 게 훨씬 효율적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미리 비에이투어를 예약하고 갔는데, 특히 현지 맛집인 준페이를 줄 서지 않고 갈 수 있다는 점이 예약의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실제로 투어를 다녀온 후 이 선택이 얼마나 현명했는지 실감이 났습니다.
비에이는 삿포로에서 약 150km 떨어진 홋카이도 중부 지역으로,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려면 JR 쾌속열차와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야 합니다. 여기서 JR이란 Japan Railway의 약자로, 일본 전역을 연결하는 철도 네트워크를 의미합니다. 개별 여행으로 가면 이동 수단을 일일이 검색하고 시간표를 확인해야 하는데, 투어를 이용하면 그냥 버스에만 타고 있으면 됩니다.
가이드의 설명도 생각보다 훨씬 유익했습니다. 라벤더 밭의 역사부터 비에이 지역의 농업 특성,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까지 자세하게 알려줬죠. 혼자 갔다면 그냥 예쁘다고만 느꼈을 풍경에 스토리가 더해지니 여행의 깊이가 달라졌습니다. 또한 현지인만 아는 맛집들을 여러 곳 추천받았는데, 이것만으로도 투어 비용이 아깝지 않았어요.
비에이투어의 핵심 코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 팜토미타: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라벤더 농장으로, 7월 중순부터 8월 초가 절정기입니다
- 시키사이노오카: 다양한 색깔의 꽃들이 언덕을 따라 펼쳐진 대규모 화원
- 아오이이케: 신비로운 청록색을 띠는 연못으로, Apple 배경화면에도 등장한 명소
- 준페이: 비에이 지역의 유명 맛집
제가 방문한 7월 말은 라벤더가 만개한 시기였는데, 보라색 물결이 언덕을 가득 채운 모습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풍경을 직접 눈으로 보니 감동이 배가 됐죠. 일반적으로 비에이는 겨울 설경으로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여름 라벤더 시즌도 그에 못지않게 아름답습니다.
삿포로 클래식, 현지에서만 맛보는 특별함
삿포로에서 가장 기대했던 경험 중 하나가 바로 삿포로 클래식 맥주를 마셔보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맥주는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제 경험상 삿포로 클래식은 확실히 다른 맥주와 차별화되는 맛이었습니다. 특히 홋카이도에서만 유통되는 삿포로 퍼펙트 클래식은 지금도 생각나는 맛이에요.
삿포로 클래식은 1876년 설립된 일본 최초의 맥주 양조장에서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여기서 양조장이란 맥주를 제조하는 공장을 의미하는데, 당시 홋카이도 개척사 시대에 서양식 맥주 제조 기술이 처음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홋카이도의 청정한 물과 보리를 사용해 만든 삿포로 클래식은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특별한 애정을 받는 제품이죠.
삿포로 클래식과 삿포로 퍼펙트 클래식의 차이점은 명확합니다. 삿포로 클래식은 홋카이도 내에서만 유통되는 지역 한정 맥주이고, 삿포로 퍼펙트 클래식은 그보다 더 제한적으로 지정된 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생맥주 버전입니다. 퍼펙트 클래식은 무여과 방식으로 제공되는데, 무여과란 맥주를 거르지 않고 효모를 그대로 살려 풍미를 극대화한 제조 방식을 말합니다.
제가 방문한 곳은 삿포로 비어가든의 한 레스토랑이었는데, 여기서 마신 삭포로 퍼펙트 클래식은 일반 삿포로 맥주와는 완전히 다른 수준이었습니다. 거품이 더 풍부하고 맥주 본연의 구수한 맛이 훨씬 진했어요. 일반 맥주는 목 넘김이 가볍다면, 퍼펙트 클래식은 입안에서 맥주의 풍미가 오래 머무는 느낌이었죠.
삿포로 맥주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다음 장소들을 추천합니다.
- 삿포로 비어가든: 메이지 시대 건축물을 활용한 대형 맥주 레스토랑
- 삿포로 맥주박물관: 맥주 역사 전시와 시음 체험이 가능한 공간
- 삿포로 팩토리: 옛 맥주 공장을 개조한 복합 쇼핑몰로, 비어바가 있음
솔직히 이 정도 맛이라면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매일 마셔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아쉽게도 홋카이도 외 지역에서는 살 수 없다는 점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죠.
우니 맛집
삿포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바로 해산물, 특히 우니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니는 비린내가 나서 호불호가 갈린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홋카이도 우니는 그런 선입견을 완전히 깨뜨리는 맛이었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가격만 저렴했다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았을 것 같아요.
홋카이도는 일본 전체 수산물 생산량의 약 25%를 차지하는 수산업 중심지입니다. 특히 오호츠크해와 태평양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찬 바닷물에서 자란 해산물들이 살이 단단하고 맛이 진한 것으로 유명하죠. 여기서 우니(성게알)는 수온이 낮고 다시마가 풍부한 환경에서 자라야 품질이 좋은데, 홋카이도는 이런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지역입니다.
제가 방문한 곳은 니조시장이었습니다. 메이지 시대 초기부터 운영된 오래된 시장으로,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재래시장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죠.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활기찬 분위기와 함께 신선한 해산물 냄새가 코를 자극했습니다. 게, 연어, 가리비 등 다양한 해산물이 있었지만, 저는 우니 카이센동(해산물 덮밥)을 주문했어요.
밥 위에 올려진 우니는 주황빛이 선명하고 윤기가 흘렀습니다. 한 입 떠먹는 순간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으면서 바다의 단맛이 퍼졌죠. 비린내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신선한 바다 향과 자연스러운 단맛이 조화를 이뤘습니다. 국내에서 먹어본 우니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었어요. 가격은 한 그릇에 3,000엔 정도로 저렴하진 않았지만, 이 정도 품질이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홋카이도에서 우니를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니조시장: 아침 일찍 방문하면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음
- 삿포로 시 중앙 도매시장 장외시장: 니조시장보다 규모가 크고 가격이 저렴한 편
- 스스키노 거리의 해산물 전문점: 다양한 코스 요리와 함께 우니를 즐길 수 있음
일반적으로 여름철(6~8월)이 우니의 제철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이 시기에 방문하면 가장 맛있는 우니를 맛볼 수 있습니다. 저도 7월 말에 방문해서 최상의 컨디션인 우니를 경험할 수 있었죠.
삿포로는 겨울 눈 축제로 유명하지만, 여름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비에이의 라벤더, 삿포로 클래식 맥주, 신선한 우니까지 여름 삿포로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들이 가득하죠. 특히 비에이투어는 개별 여행보다 투어로 가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동의 편리함은 물론 가이드의 설명과 현지 맛집 추천까지 받을 수 있어 여행의 만족도가 훨씬 높아지거든요. 다음에 삿포로를 다시 방문한다면 겨울에 가서 눈 덮인 풍경도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그때도 삿포로 퍼펙트 클래식과 우니는 꼭 다시 먹을 생각이에요. 삿포로 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최소 4박 5일 이상으로 일정을 잡으시길 권합니다. 볼거리가 정말 많아서 짧게 다녀오면 아쉬움이 클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