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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카이 여행 후기 (접근성, 물가, 액티비티)

by loopyjjoa 2026. 2. 27.

 

보라카이 화이트비치의 4km 백사장은 서울 종로구 면적의 40%밖에 안 되는 작은 섬에 있습니다. 석사 논문을 마치고 처음으로 떠난 해외여행지였는데, 그 작은 섬이 주는 휴식의 강도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수영을 못하면서도 래시가드를 챙겨간 건 그만큼 바다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입니다.

 

 

 

보라카이 접근성, 생각보다 복잡했던 이동 경로

보라카이는 필리핀 중부 비사야 제도(Visayas)에 위치한 10.32km² 면적의 섬입니다. 여기서 비사야 제도란 필리핀 중부 지역을 이루는 중간 크기 섬들의 집합을 의미하며, 세부·보홀과 함께 필리핀 3대 휴양지로 꼽히는 지역입니다.

공항에서 섬까지 가는 과정이 제 첫 해외여행의 첫 관문이었습니다. 칼리보 국제공항(Kalibo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한 뒤 2시간 가까이 차를 타고 카티클란 선착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좁은 시골길을 달리는 내내 '과연 제대로 가고 있나' 싶었죠. 선착장에서는 환경세·입도세·보트 티켓을 합쳐 500페소를 내고 방카보트(Bangka boat)를 탔습니다. 방카보트란 필리핀 전통 목조 보트에 아웃리거(outrigger)라는 좌우 보조 부재를 단 배로, 파도가 쳐도 전복되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입니다.

직항편이 있는 칼리보 루트를 선택했지만, 공항에서 숙소까지 도착하는 데만 3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카티클란 공항을 이용하면 이동 시간은 줄지만 마닐라 경유가 필수라 결국 비슷하게 피곤합니다. 제 경험상 이 접근성 문제는 보라카이 여행의 가장 큰 허들이었습니다.

추가로 확인해야 할 이동 팁은 다음과 같습니다.

  • 칼리보 공항 이용 시 사우스웨스트 투어(Southwest Tour) 같은 픽업 서비스를 예약하면 공항→선착장→호텔까지 한 번에 해결 가능
  • 카티클란 공항 이용 시 트라이시클(tricycle) 합승으로 150페소에 선착장 도착
  • 럭셔리 리조트(샹그릴라, 크림슨 등)는 자체 선착장과 전용 픽업 서비스 제공

 

보라카이 물가, 퀄리티 대비 비싼 편이었습니다

보라카이에서 1박 20만 원대 숙소를 예약했는데, 룸 컨디션은 태국이나 베트남의 7만 원대 호텔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작은 섬이라 물류비가 추가된다는 점은 이해했지만, 체감 물가는 예상보다 높았습니다.

화이트비치 스테이션 2(Station 2) 근처 디몰(D'Mall)에서 생수 한 병에 50페소, 간단한 식사는 300페소 정도였습니다. 전반적인 식비와 액티비티 비용은 다른 동남아 휴양지보다 20~30% 비쌌습니다.

럭셔리 리조트 가격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샹그릴라 보라카이(Shangri-La Boracay)는 1박 60만~70만 원을 호가하는데, 세부 막탄의 샹그릴라보다 30% 이상 비쌌습니다. 퀄리티가 그만큼 월등한가 하면 솔직히 체감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묵은 중급 리조트도 해변 접근성은 좋았지만 시설 노후도가 느껴졌고, 그에 비해 가격은 프리미엄이 붙어 있었습니다.

다만 마사지만큼은 예외였습니다. 논문 쓰느라 뭉친 어깨와 허리를 1시간 동안 시원하게 풀어주는데 2만 원 초반이라니, 이건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받는 마사지는 피로를 완전히 녹여주는 경험이었습니다.

 

 

보라카이 액티비티, 파라세일링과 선셋보트의 낭만

보라카이에서 제가 선택한 액티비티는 파라세일링(Parasailing)과 선셋보트(Sunset Boat)였습니다. 파라세일링은 보트에 연결된 낙하산을 타고 상공 50~80m까지 올라가 화이트비치 전경을 조망하는 액티비티입니다. 수영을 못하는 저에게는 다소 겁이 났지만,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안전 브리핑을 들으니 안심이 됐습니다.

상공에서 본 에메랄드빛 바다와 4km에 걸친 백사장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화이트비치는 서향이라 오후 햇빛을 받으면 바다가 반짝거리며 색이 변합니다. 이 광경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여기가 정말 지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비현실적이었습니다. 파라세일링 비용은 2,000~2,500페소(약 5만 원) 정도였는데, 10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충분히 값어치를 했습니다.

선셋보트는 스테이션 1 아스토리아 호텔(Astoria Hotel) 앞 간이 선착장에서 출발했습니다. 20~30명이 함께 타는 대형 보트에서 음악을 틀고 춤을 추며 일몰을 감상하는 프로그램인데, 솔직히 처음엔 '이게 뭐가 재밌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수평선에 걸린 붉은 해가 서서히 내려앉고 하늘이 주황·보라·분홍으로 시시각각 바뀌는 순간, 그 낭만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논문 마감 직전까지 실험실에만 박혀 있던 제게 이런 여유는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호핑투어(Hopping Tour)도 보라카이의 인기 액티비티입니다. 화이트비치 앞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크리스탈 코브섬(Crystal Cove Island)과 매직 아일랜드(Magic Island) 같은 작은 섬들을 돌아보는 코스입니다. 화이트비치는 모래 바닥이라 물고기가 적지만, 호핑투어로 조금만 나가면 산호와 열대어를 볼 수 있습니다. 바다뱀도 있다고 하니 바닥까지 내려가지 않는 게 안전하다고 합니다.

보라카이 섬 내 이동은 트라이시클로 통일됩니다. 스테이션 1~3 구간 합승은 인당 15페소, 대절은 150페소입니다. 저는 대부분 화이트비치 비치로드(Beach Road)를 걸어 다녔는데, 차량 통행이 금지된 모래길이라 맨발로 걸어도 괜찮았습니다. 해변과 상점이 한 공간에 혼재된 이 구조는 다른 휴양지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보라카이만의 특징입니다.

 

보라카이 여행을 마치고 필리핀 새벽 비행편으로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7시간을 비행기에서 보내니 피로가 몰려왔지만, 화이트비치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선셋은 그 피로가 생각나지 않을만큰 멋있는 광경이었습니다. 접근성과 물가는 아쉽지만, 휴식이 절실한 순간이라면 보라카이는 여전히 좋은 선택지입니다. 저도 언젠가 다시 찾아가고 싶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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