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꼭 가보고 싶은 나라 중에 하나였습니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스페인을 꼭 가보고 싶었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휴가를 길게 쓸 기회가 주어져 스페인, 그중에서도 바르셀로나 여행을 가봤는데 정말 사람들이 꼭 가보라고 추천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구시가지 산책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날은 ‘무조건 핵심부터!’ 대신 ‘도시 적응’에 집중했습니다. 공항(BCN)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는 공항버스(Aerobús)를 이용했습니다. 캐리어를 싣기 편하고 카탈루냐 광장(Pl. Catalunya)까지 한 번에 들어가서 첫날 동선이 깔끔했습니다. 숙소도 이동 경로를 생각해서 카탈루냐 광장 인근으로 잡았는데, 이 선택이 여행 내내 정말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하철 L1·L3가 만나는 환승 지점이라 어디로든 이동이 쉽고, 고딕 지구·람블라스·보른 지구가 도보권이라 산책하며 걷는 재미가 컸습니다. 산책 첫 코스는 고딕 지구(Barri Gòtic)였는데 이 동네는 지도대로만 걷는 순간 재미가 반으로 줄어듭니다. 일부러 골목으로 들어가면 돌길 사이로 갑자기 작은 광장이 열리고, 성당 벽면의 그늘이 시간대마다 다르게 깔립니다. 바르셀로나 대성당(Cathedral of Barcelona)은 13~15세기 고딕 양식의 결이 살아 있어 외관만 봐도 ‘중세 도심’ 분위기가 확 올라옵니다. 이어 보른 지구로 넘어가면 상점과 카페의 성격이 확 바뀌는데, 이 변화가 바르셀로나가 “구시가지+신시가지”가 겹쳐 있는 도시라는 걸 체감하게 해 줍니다. 점심은 보케리아 시장(La Boqueria)에서 가볍게 해결했습니다. 관광객이 많아 붐비지만, 시장 특유의 에너지 덕분에 저도 피곤함이 없어지고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첫날은 명소를 많이 다니지 않았습니다. 대신 골목에서 길을 잃고, 발로 도시의 리듬을 익히는 데 시간을 썼고, 이게 2~3일 차를 훨씬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가우디 투어
둘째 날은 본격 가우디 데이로 고정했습니다. 혼자 다닐지 투어를 신청할지 고민하다가 미리 가우디 투어를 신청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다니는 것이 괜찮을지 걱정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투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투어를 가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가우디는 ‘예쁜 건축’보다 ‘구조 실험’과 ‘자연 모티프’를 공간으로 구현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그 말이 이해됐습니다. 아침엔 그라시아 거리(Passeig de Gràcia)에서 카사 바트요(Casa Batlló)와 카사 밀라(Casa Milà)를 연달아 봤습니다. 멀리서 보면 독특한 외관인데, 가까이서 보면 창, 발코니, 곡면 벽이 전부 리듬을 갖고 있어 “건물이 음악처럼 흐른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오후 메인은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ília)와 구엘공원(Park Güell)이었습니다. 여기는 ‘예약이 필수’라는 말을 수백 번 들어도, 막상 현장에 서면 왜 그렇게 말하는지 바로 알게 됩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제대로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됐는데 그래도 가이드님 덕분에 불편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내부에 들어가면 기둥이 나무처럼 위로 갈라지며 천장을 받치는데, 구조가 곧 장식이 되는 느낌입니다. 특히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시간대에 따라 붉은·푸른 톤으로 공간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있는 조각들도 너무 신기했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가우디 거리’(Avinguda de Gaudí)를 따라 산 파우 병원(Hospital de Sant Pau)까지 걸었습니다. 이곳은 가우디 작품은 아니지만, 같은 카탈루냐 모더니즘 계열로 장식과 구조의 밸런스가 화려합니다. 구엘 공원(Park Güell)의 핵심 구역은 시간대별 입장 제한이 있어 예약이 안전했고, 언덕길이 많아 편한 신발이 필수였습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바르셀로나는 ‘바다 쪽으로 열려 있는 도시’라는 게 한눈에 보였습니다. 투어를 마치고 투어에서 친해진 동생과 저녁을 먹으러 가려고 하는 길에 같이 투어를 했던 어린이 혼자 있는 것을 보고 부모님은 어디 가셨냐고 물었더니 부모님을 잃어버렸다고 했습니다. 급하게 가이드님께 연락을 드려 어린이의 부모님을 찾아드렸는데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의 마지막을 뿌듯하게 마무리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몬주익과 해변
바르셀로나의 셋째 날은 시야를 넓히는 날로 잡았습니다. 에스파냐 광장(Plaça d’Espanya)에서 출발해 몬주익 언덕으로 올라가면, 바르셀로나가 왜 ‘행사와 전시의 도시’인지 감이 옵니다. 이 일대는 1929년 만국박람회, 1992년 올림픽의 흔적이 겹쳐 있는 곳이라 공간이 큼직하고 동선이 시원합니다. 카탈루냐 미술관(MNAC) 앞 계단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특히 좋았고, 시간 여유가 있으면 노을 시간에 다시 와도 만족도가 높을 것 같았습니다. 몬주익 성(Castell de Montjuïc)까지 올라가면 항구와 지중해가 동시에 보입니다. 내려올 땐 케이블카를 탔는데, 생각보다 높아 살짝 긴장했지만 풍경은 확실히 값어치를 했습니다. 바르셀로네타(Barceloneta) 해변에 도착한 뒤엔 일정을 비워뒀습니다. 한국에서 계획된 대로 지냈던 시간 대신 비워둔 시간에서 여유를 느끼고 싶었습니다. 모래사장에 앉아 바다를 보며 쉬는 그 시간이 이번 여행의 가장 좋은 마무리였습니다.
추가로 현실적인 팁이 있다면 카탈루냐 광장~고딕 지구 구간은 밤에도 사람이 많지만 소매치기 이슈가 유명해 가방은 항상 앞으로 메는 게 마음 편했습니다. 지하철을 자주 탈 계획이라면 T-casual(10회권) 같은 다회권이 무난하지만, 중심지 숙소라면 1~2일차는 걷는 비중이 커서 생각보다 표가 남을 수 있습니다. 식사는 점심에 시장이나 바에서 타파스 몇 개로 가볍게 먹고, 저녁을 조금 제대로 먹는 방식이 동선에도 잘 맞았습니다. 그리고 구엘 공원은 햇빛이 강한 시간대엔 그늘이 적어 오전이나 늦은 오후가 훨씬 덜 힘들다는 가이드님의 팁도 있었습니다. 바르셀로나를 걸으면서 느낀 건 도시계획의 힘이었습니다. 그라시아 거리가 있는 에이샴플(Eixample) 구역은 이사벨 세르다(Cerdà)가 설계한 격자형 확장 계획으로 유명한데, 블록 모서리가 사선으로 잘려 있어(초퍼드 코너) 교차로 시야가 넓고 보행 동선이 자연스럽게 흐릅니다. 그래서 같은 도보 여행이라도 피로가 덜했고, 카페·상점이 모서리에 붙어 있는 이유도 이해가 됐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완공된 이후 바르셀로나를 한번 더 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