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16세기까지만 해도 산림지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약 330만 명이 거주하는 유럽의 주요 도시로 성장했습니다. 저는 회사 업무로 지쳐 있던 상태에서 꽃보다할배 스페인 편을 보고 충동적으로 항공권을 끊었는데, 마드리드에서 받은 첫인상이 너무 좋아서 다음 여행지는 스페인의 다른 도시로 정할 생각입니다. 마드리드를 제대로 경험하려면 어떤 장소를 우선적으로 가야 할까요? 일부에서는 왕궁이나 미술관만 보면 충분하다고 하는데, 저는 실제로 다녀본 결과 광장과 골목을 걸으며 현지 분위기를 느끼는 게 훨씬 값졌습니다.

📌솔광장
마드리드 여행의 시작점은 솔광장(Puerta del Sol)이었습니다. 정확한 명칭은 '푸에르타 델 솔'로, '태양의 문'이라는 뜻인데 실제로 16세기까지 이곳에 성문이 있었다가 파괴되었습니다. 여기서 '푸에르타'란 스페인어로 '문(門)'을 의미하고, '솔'은 '태양'을 뜻합니다. 과거 도시의 동쪽 성문이 태양이 뜨는 방향을 향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광장 중앙에는 카를로스 3세의 기마상이 있는데, 이분은 18세기 마드리드 근대화에 큰 공헌을 했던 국왕입니다. 프라도 미술관을 증축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저는 처음 솔광장에 도착했을 때 유심을 사려고 기다리다가 우연히 한국 유학생을 만났는데, 덕분에 같이 솔광장 산책도 하고 현지인들만 아는 정보를 여러 개 얻을 수 있었습니다.
광장 바닥에는 '0km 지점' 표지석이 있습니다. 스페인 전역의 도로 거리를 측정할 때 이 지점을 기준으로 삼는데, 여기를 밟고 사진을 찍으면 마드리드에 다시 온다는 미신이 있어서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라디얼 로드 시스템(Radial Road System)이라고 하는데, 이는 수도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도로망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마드리드가 모든 길의 출발점이라는 뜻이죠.
솔광장 근처에서 꼭 봐야 할 것은 곰과 딸기나무 동상(El Oso y el Madroño)입니다. 마드리드의 상징인 이 동상은 로마 시대부터 이 지역에 곰이 많이 서식했던 역사를 보여줍니다. 당시 이곳은 '우르사리아(Ursaria)', 즉 '곰들의 땅'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엠블럼에도 이 곰이 들어가 있죠. 저는 이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마드리드가 단순한 관광 도시가 아니라 오랜 역사를 품은 곳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마요르광장
솔광장에서 골목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마요르광장(Plaza Mayor)이 나옵니다. 16세기말에 건설이 시작되어 17세기 초에 완공된 이 광장은 마드리드에서 가장 오래된 광장 중 하나입니다. 광장 중앙에는 펠리페 3세의 기마상이 있는데, 이분은 합스부르크 왕조의 주걱턱으로 유명한 펠리페 2세의 아들입니다.
저는 일요일 오전에 마요르광장을 방문했는데, 마침 골동품 벼룩시장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플리 마켓(Flea Market)이라고도 부르는데, 여기서 '플리'는 벼룩이 아니라 '낡은 물건'이라는 은유적 표현입니다. 마요르광장부터 아래쪽 라 라티나 지구까지 이어지는 이 시장에서 현지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골동품뿐만 아니라 빈티지 액세서리, 오래된 우표, 동전 등 다양한 물건을 파는데, 가격 흥정도 가능합니다.
마요르광장 주변에는 타파스 바와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습니다. 특히 보틴 레스토랑(Restaurante Botín)은 1725년부터 지금까지 같은 이름으로 운영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어 있습니다. 작가 헤밍웨이의 단골집이기도 했죠. 다만 맛에 대한 평가는 개인차가 크다고 하는데, 저는 역사적 의미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마요르광장에서 조금만 걸으면 산 미겔 시장(Mercado de San Miguel)이 나옵니다. 원래는 90년대까지 운영되던 재래시장이었는데, 민간 자본의 투자를 받아 유리 인테리어로 리모델링되면서 관광객을 위한 타파스 시장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식사 목적보다는 맥주나 와인과 함께 간단한 안주를 맛보는 용도로 적합합니다. 저는 여기서 하몽 이베리코와 와인 한 잔을 즐겼는데,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었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좋았습니다.
🏰마드리드 왕궁
마드리드 왕궁(Palacio Real de Madrid)은 18세기 펠리페 5세 때 건설이 시작되었습니다. 펠리페 5세는 합스부르크 왕가가 대가 끊긴 후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에서 승리한 부르봉 왕가의 첫 번째 국왕입니다. 왕궁 내부는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한 화려한 장식으로 유명합니다. 저는 미리 사전예약을 해서 바로 입장할 수 있었는데, 사전 예약을 못했다면 한참 줄을 서서 기다릴 뻔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왕궁 내부보다는 사바티니 정원(Jardines de Sabatini)에서의 산책이 더 좋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왕궁을 꼭 들어가 봐야 한다고 하는데, 시간이 제한적이라면 외부만 둘러보고 정원에서 여유를 즐기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입니다. 왕궁은 현재도 공식 행사에 사용되기 때문에, 방문 전에 개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알무데나 대성당(Catedral de la Almudena)은 마드리드의 주교좌성당입니다. 주교좌성당(Cathedral)이란 주교가 상주하는 성당을 의미하며, 일반 성당보다 높은 지위를 갖습니다. 건축 양식은 기본적으로 고딕 양식을 따르지만, 1950년대에 완공되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는 비교적 짧은 편입니다. 성당은 입장료가 무료라는 점이 장점 중에 하나라고 느껴졌습니다. 성당 내부에는 마드리드에서 가장 중요한 성물인 성모자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저는 제단 앞에서 잠시 앉아 여행의 안전을 기도했는데, 성금함에 1유로 정도 기부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입니다. 성당과 왕궁 사이에 있는 아르메리아 광장(Plaza de la Armería)은 석양을 감상하기 좋은 명소입니다. 저도 해질 무렵에 가서 왕궁의 파사드(Façade, 건물의 정면 외관)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란비아 거리와 쇼핑
그란비아(Gran Vía)는 마드리드의 대표적인 쇼핑 거리입니다. 카야오(Callao) 지하철역부터 그란비아 역 사이의 큰 도로를 따라 각종 브랜드 매장과 백화점이 밀집해 있습니다. 꽃보다할배에서 이서진 씨가 가장 좋아했던 곳이기도 한데, 방송 중 유일하게 자유시간을 준 장소라서 그런지 이서진 씨가 "스페인 여행 중 가장 좋은 기억"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란비아 거리의 뷰 포인트는 시벨레스 분수대(Fuente de Cibeles) 근처에서 바라보는 메트로폴리스 빌딩(Edificio Metrópolis)입니다. 이 건물은 1911년에 지어진 역사적 건축물로, 특히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저는 해질 무렵 이곳에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는데, 조명이 켜진 건물과 분수대가 어우러진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쇼핑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세라노 거리(Calle de Serrano)를 추천합니다. 그란비아가 대중적인 브랜드 중심이라면, 세라노 거리는 명품 브랜드가 밀집한 곳입니다.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부터 자라, 망고 같은 스페인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있습니다. 저는 아직 짐을 늘리고 싶지 않아서 그냥 구경만 했지만, 다음 도시인 바르셀로나에서는 꼭 쇼핑을 할 계획입니다.
세라노 거리는 마드리드의 청담동이라고 불릴 만큼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입니다. 거리 자체가 넓고 정돈되어 있어서 산책하기에도 좋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쉬기에도 적합합니다. 다만 그란비아보다 사람이 적고 한적한 편이라, 여유롭게 쇼핑하고 싶은 분들께 더 어울립니다.
주요 쇼핑 거리 비교:
- 그란비아: 대중적 브랜드 중심, 관광객 많음, 활기찬 분위기
- 세라노 거리: 명품 브랜드 중심, 한적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
- 푸엔카랄 거리: 빈티지·독립 브랜드 중심, 젊은 층 선호
마드리드는 제가 스페인에서 처음 방문한 도시였는데, 처음부터 이렇게 좋은 인상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솔광장의 활기, 마요르광장의 역사, 왕궁의 웅장함, 그란비아의 현대적인 매력까지 모두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주말 출근까지 하며 쌓였던 스트레스가 하루 종일 걸으며 다 풀린 기분이었습니다. 일부에서는 마드리드보다 바르셀로나가 더 볼 게 많다고 하는데, 저는 마드리드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음 여행에서는 톨레도나 세고비아 같은 마드리드 근교 도시도 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