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계획할 때 렌트카를 빌려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저는 결혼 후 첫 여행지로 제주도를 선택하면서 이 고민을 정말 오래 했습니다. 여러 번 제주도를 가봤지만 운전을 못해서 늘 대중교통이나 투어를 이용했거든요. 하지만 이번에는 렌트카를 빌리기로 결정했고, 그 결과 4일 동안 제주도 동쪽을 중심으로 완전히 새로운 여행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겨울 제주도의 해안도로를 달리며 느낀 자유로움과, 친구가 추천해 준 로컬 맛집들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었던 덕분에 이번 여행이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렌트카 여행
제주도 여행에서 렌트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말, 이제야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제주도 여행 경험을 돌이켜보면 버스 시간표를 맞춰야 하는 스트레스와 택시비 부담이 항상 따라다녔습니다. 여기서 '가용성(accessibility)'이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여행의 핵심 요소를 의미합니다.
저희는 제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렌트카를 찾아 동문시장 근처 숙소로 향했습니다. 첫날 밤늦게 도착했음에도 차가 있으니 편하게 짐을 싣고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는 동문시장에서 회를 포장해서 호텔 방에서 먹었는데, 이런 자유로운 일정이 가능했던 건 전적으로 렌트카 덕분이었습니다. 숙소는 레트로 감성의 부티크 호텔이었는데, 방 안에 옛날 라디오까지 배치되어 있어 마치 TV 속에서만 보던 70년대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둘째 날 아침 일찍 동쪽으로 향하는 드라이브 코스에 나섰습니다. 성게국수와 비빔국수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는데, 알고 보니 예전에 왔던 식당이더라고요. 이렇게 우연히 재방문하게 되는 것도 렌트카 여행의 묘미입니다. 점심 무렵 우도행 배 시간에 맞춰 이동할 수 있었고, 우도에서는 전기차를 빌려 섬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남편은 우도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해서 가보게 되었는데, 우도에 오길 잘했다는 얘기를 계속해서 우도까지 간 보람이 있었습니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우도는 제주도 부속 섬 중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입니다. 생각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 덕분에 불편함 없이 우도의 해안선을 따라 달릴 수 있었습니다.

제주 로컬 맛집 투어
제주도 여행에서 가장 큰 행운은 제주도에 사는 친구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친구가 추천해준 맛집 리스트 덕분에 이번 여행은 거의 '미식 투어'가 되어버렸거든요. 우도에서 나와 들른 디저트 카페에서는 애플파이와 에그타르트를 먹었는데, 솔직히 카페에서 애플파이를 처음 먹어본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먹어봤던 애플파이 중 가장 맛있었습니다.
저녁에는 해녀할머니가 직접 운영하시는 식당을 찾았습니다. 고등어회, 딱새우, 해물라면을 주문했는데, 여기서 '선도(鮮度, freshness)'란 식재료가 얼마나 신선한 상태인지를 나타내는 음식 품질의 핵심 지표입니다. 육지에서 먹던 고등어회, 딱새우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탱글탱글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배가 부른데도 다른 메뉴도 먹어보고 싶어서 해산물 모둠을 포장해서 숙소에서 또 먹을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마지막 날 점심은 친구가 꼭 가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했던 '각지불'이라는 식당에서 아구탕을 먹었습니다. 제주도 아구탕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라 오픈 전에 미리 가서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미 앞에 3팀이나 있더라고요. 그래도 첫 타임에 입장해서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습니다. 아구탕은 이번 여행에서 먹은 음식 중 제일 맛있는 음식이었습니다. 하얀 국물인데도 느끼하지 않았고 아귀의 쫄깃한 살코기, 그리고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이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친구가 꼭 해보라고 했던 마지막에 국물에 밥을 넣어 리조또처럼 만들어 먹는 방식도 별미였습니다. 제가 그렇게 먹으니 옆 테이블에서도 저를 따라 리조또처럼 만들어 먹더라구요. 친구에게 그 얘기를 해 줬더니 너무 뿌듯하다면서 리조또까지 만들어 먹어야 진짜 완벽한 식사라고 얘기해 줬습니다.


힐링 드라이브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해안도로 드라이브였습니다. 김녕에서 세화를 거쳐 성산일출봉까지 이어지는 해맞이 해안도로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풍경을 선사합니다. 저는 세화해변에서 김녕 방향으로 달리는 코스를 선택했는데, 창밖으로 펼쳐지는 코발트빛 바다를 보며 달리다 보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파노라마 뷰(panoramic view)'란 180도 이상의 넓은 시야로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경관을 의미합니다. 제주 동쪽 해안도로는 바다와 하늘, 풍력발전기가 만들어내는 파노라마 뷰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차를 세우고 잠시 내려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포인트들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둘째 날 방문한 섭지코지도 빼놓을 수 없는 산책 코스입니다. 바다로 돌출된 지형을 따라 걷다 보면 한쪽은 에메랄드 바다, 반대쪽은 푸른 들판이 펼쳐집니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좀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겨울에 보는 제주 바다의 풍경을 놓칠 순 없었습니다. 셋째 날에는 동백을 보러 서귀포 쪽에 갔다가 성산일출봉 쪽으로 올라오는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중간에 큰엉해안경승지 산책을 하기로 했는데 그곳에 한반도 모양의 포토존이 있다고 해서 가봤습니다. 처음에는 어디인지 헤맸는데 딱 보니 그곳이 왜 한반도 모양의 포토존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사진 찍기를 기다리는 줄이 있어서 저희도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고 왔는데 섬 안에 한반도가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해안도로 드라이브는 지도 없이 그냥 길을 따라갔는데 무작정 길을 따라 하는 드라이브는 처음이라 걱정도 됐지만 자유로움이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제주도 겨울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건 날씨였습니다. 12월 말이면 춥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훨씬 포근했습니다. 한국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의 겨울 평균 기온은 5~10도로, 육지보다 5도 이상 높은 편입니다. 실제로 우도에서 다닐 때도 바람만 조금 막으면 충분히 견딜 만했습니다. 동백꽃을 보러 갔을 때는 아쉽게도 만개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동백은 보통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피는데, 저희가 간 시기는 막 피기 시작하는 단계였던 거죠. 그래도 동백향은 좋았고, 맑은 날씨 덕분에 사진이 잘 나왔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아쉬웠던 건 숙소 근처 갈치조림 식당을 못 가본 것입니다.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맛집인데, 마지막 날 숙소를 나서면서야 그 식당이 바로 앞에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진작 알았다면 둘째 날 저녁을 거기서 먹었을 텐데 말이죠. 다음에 제주도를 다시 방문한다면 그 숙소에 묵으면서 갈치조림부터 먹을 계획입니다.
결혼 후 첫 여행이라 기대가 컸는데,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렌트카 덕분에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고, 친구 덕분에 로컬 맛집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해안도로를 달리며 느낀 자유로움과 힐링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제주도 동쪽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렌트카는 필수고, 해안도로 드라이브와 로컬 맛집 투어를 꼭 일정에 넣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겨울 제주도도 생각보다 훨씬 따뜻하니 추위 걱정은 덜어두셔도 좋습니다.